리센느의 '무섭노' 발언과 일베 말투
2026년 7월, 걸그룹 리센느의 원이와 영상 제작진이 주고받은 “무섭노”가 전국적인 논쟁이 됐다. 한쪽은 의문사 없이 -노를 붙인 일베 말투라고 했고, 다른 쪽은 경상도에서 오래 쓴 감탄형 방언이라고 맞섰다. 논쟁은 원이의 고향인 거제시에 공식 입장을 묻는 민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연합뉴스 2026
여기서 리센느가 사용한 표현을 통해서 그녀가 일베인지 아닌지를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0여년 전이었다면 일베 외에는 거의 쓰지 않는 표현이었기 때문에 매우 강한 심증을 가질 수 있겠으나, 지금은 일베 말투가 인터넷을 통해 젊은 세대에 널리 퍼진 상황이라 말투만 보고 일베인지, 혹은 일베의 사상을 추종하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리센느를 일베라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리센느가 사용한 표현이 일베 말투인지 아닌지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원이는 경남 거제도 출신이라 동남방언로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 문제는 리센느가 일베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헌을 통해 검증해보고자 한다.
-노 어미의 활용에서 일베 말투와 동남 방언의 차이
검증에 앞서 일베 말투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노를 온갖 용언에 다 갖다 붙이는 것이 일베 말투라고 할 수 있는데, -노 어미는 원래 동남방언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면 일베 말투와 동남방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 경상도 사람들은 어떻게 일베 말투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동남방언에서는 -노가 생각보다 강력한 제약과 함께 쓰인다. 의문사와 함께 쓰이거나, 감탄사, 정도·대조 표현, 과장 등이 선행된 상태에서 어미로 쓰이면서 감탄이 섞인 의문문으로만 쓰이고, 똑같은 감탄 뉘앙스의 의문문이라도 선행하는 다른 표현 없이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베 말투는 이런 이해 없이 아무 말에나 -노를 붙이기 때문에 동남방언 화자는 어색함을 느끼고 그건 동남방언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것이 일베 말투가 아니라 동남방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동남방언를 한 명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일베 말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명시적 의문사, 복원 가능한 생략 성분, 감탄사, 정도·대조 표현, 과장, 수사의문 등의 해석 단서 없이 단독형으로 쓰이는
-노어미
논란이 된 "무섭노"를 비롯해서 "밥 먹었노", "귀엽노" 등의 표현, 그리고 최근에 명사에 바로 붙어서 쓰이는 "도시노" 같은 표현까지 앞에 다른 단서 없이 단독형으로 쓰이는 것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와이리 무섭노", "밥 뭐 먹었노", "아따 귀엽노" 같은 표현은 일반적인 동남방언로 분류된다. 그래서, 검증할 대상은 다른 수식어 없는 단독형 -노 어미가 동남방언에서 널리 쓰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일베 이전에도 흔한 말이었나?
검증에 앞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일베 말투가 실제로 언중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연구를 한다면 당연히 일베 말투가 실제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될 것이다. 현 시점에는 단독형 -노가 방언을 떠나서 전국적으로 꽤 많이 쓰인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게 일베 말투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만약 단독형 -노 어미가 일베와 상관 없이 원래 동남방언의 일부라면 일베의 등장 이전에도 동남방언에서 널리 쓰였을 것이다. 따라서 일베의 -노 용법이 확산되기 이전인 2008년 이전의 방언 연구 자료들을 살펴본다면 단독형 -노가 동남방언에서 널리 쓰이던 말인지 아닌지를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조사한 결과로 일베 등장 이전에 동남방언에서 거의 안 쓰였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단독형 -노가 일베 말투라는 게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에는 100%가 없고, 언어학 연구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이전에는 거의 안 쓰이던 말투지만 일베와 상관 없이 어떤 다른 강력한 요인이 있어서 자연 발생적으로 단독형 -노의 사용이 늘었을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유력한 가설이 없고 일베만큼 단독형 -노를 활발하게 사용한 집단이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이게 일베로부터 유래한 말투라는 것은 꽤 강력한 가설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방언 연구 자료에서 살펴보는 -노 어미의 활용
다행히 방언 연구는 20세기에도 상당히 많은 연구자료가 있기 때문에 꽤 많은 논문과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논문에서부터 국립국어원의 게시판 답변까지 10여개의 자료를 분석해 보았다.
우선, 가장 많이 나오는 주장은 -노가 의문사와 함께 의문문으로 쓰인다는 분석이다. 자료에 인용된 실제 표현들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가, -나’와 ‘-고, -노’는 문 속의 의문사의 有無에 의하여 선택되는 것으로서 의문사가 없으면 전자가, 있으면 후자가 각각 선택된다(15).”
그리고, 이 어법의 활용예로 “지금 비가 오나?”와 “비가 얼매나 마이 오노?”를 보여준다.
좀더 강력한 주장으로 -노를 판정의문문으로 분류하며 판정의문문에 -노가 선택되는 경우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논문도 존재한다.
의문사 없이 쓰인 용례도 존재한다. “눈물부터 나노.”, “할ㄹ튼 365일 고독타노 ㅋㅋ 미친데이!”, “아이고, 얄궂애라(이상해라) 산이 걸어가노?” 등의 표현에서 의문사가 없지만 대신 앞에 있는 표현들이 강조, 과장을 드러내거나 감탄사를 써서 감탄의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의문사가 아니라도 다른 수식어와 함께 -노를 쓰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수식어 없이 단독형으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 논문에서야 그런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이건 이미 일베의 영향을 받은 이후라서 "원래부터 쓰였던 방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베 등장 이전에 단독형 -노 어미는 동남방언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상세한 분석 자료는 동남방언의 -노 어미 활용에 대한 자료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과거 기록은?
이 주장에 대한 반례로 일베 등장 이전의 과거의 인터넷 기록에서 단독형 -노가 쓰인 글들을 제시하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시대든 어떤 방언이든 일반적인 용례와 다르게 사용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지금도 표준어를 사용하면서도 맞춤법을 틀리는 경우는 흔하다. 그러나, 맞춤법을 많이 틀린다고 해서 틀린 그 용법이 일반적인 어법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언중의 규모가 천만 단위에 이르는 상황에서 틀린 용법이 수십 건 나오는 걸 의미 있는 분량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수십 건마저도 상당 수는 의문사가 붙어 있거나,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감탄 맥락의 표현이 선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 할머니한테 물어봤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개인적으로 할머니에게 물어봤다, 할아버지에게 물어봤다 이런 후기가 많이 올라온다. "무섭노"라는 표현을 쓰냐고 물으니까 쓴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엄밀하게 단독형 -노의 활용을 물어본 것이 아니다. 심지어 몇몇 영상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답하는 과정에서 "와이리 무섭노"라고 실제로 표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주장들은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다.
이는 반대쪽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동남방언 화자 중에서도 단독형 -노를 이상하게 느끼고 그거 경상도 사투리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단편적인 일화들은 마찬가지로 근거가 되기 어렵다.
앞서 굳이 10개가 넘는 문헌을 살펴보고 분석한 것도 이처럼 엄밀하게 검증되지 않은 일화들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근거를 찾기 위함이다.
리센느는 그럼 일베인가?
이처럼 단독형 -노는 일베의 등장 이전에는 동남방언에서 거의 쓰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베 이외에 이 말투의 확산에 기여한 다른 유력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라, 이 말투는 일베 말투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그렇다면 일베 말투를 쓰면 일베인가? 혹은, 일베를 추종하는 세력인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이미 일베 말투는 젊은 층에 깊숙히 침투했기 때문에 역으로 일베와 무관한 사람들도 일베 말투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리센느는 일베 추종자라고 볼 수 없다. 그냥 주위에 그런 말투를 쓰는 사람이 많았고, 본인도 의문사 등이 결합된 -노 용법은 즐겨 써왔던 방언 화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섭노" 같은 표현을 쓰게 되었을 거라고 보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추정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리센느에게 일베 말투를 쓴다 정도의 이야기는 있었지만, 일베라고 몰아붙이거나 공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서, 이 점에 대해서는 다들 상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일베 말투는 쓰지 말아야 하나?
단독형 -노가 일베 말투라면 쓰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써도 된다. 일베가 비난 받는 것은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조롱하는 패륜적이고 반민주적인 언행 때문이다. 그런 언행을 하지 않는다면 -노를 좀 쓰든 뭐가 문제겠는가. 설령 -노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들, 실제로 쓰는 사람이 조롱의 의도를 가지지 않고 쓴다면 그리 나무랄 일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주권자의 권리"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김대중의 정신을 계승한 사람이다. 조롱의 정도가 패륜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면 그깟 조롱 쯤 웃어넘길 사람이다. 조롱에서 시작한 일베 말투라 할지라도 지금 조롱의 의미를 담지 않고 쓰는 것까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말투가 원래 있던 동남방언이 아니라 일베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사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