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몇 번 쓰고 세탁할까

최근 SNS에서 수건을 한 번 쓰면 바로 세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위생상 한 번 쓴 수건을 또 쓰면 안되고, 다른 가족이 사용한 수건을 재사용하는 것도 더럽다는 것이다. 재사용의 범위도 논란이다. 손만 닦아도 바로 세탁한다는 극단적인 사례에서부터 손은 괜찮지만 얼굴 닦으면 세탁해야 한다, 샤워하고 닦으면 세탁해야 한다, 샤워도 깨끗하게 몸을 씻는 건데 왜 바로 세탁해야 하냐 등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수건 세탁 주기는 얼마일까? 언제부터 위생에 문제가 생기는 걸까? 이 문제에 대해 과학적인 증거들, 그리고 여러 기관의 공식적인 권고 사항들을 확인해서 믿을 만한 권고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수건을 쓰고 나면 세균이 폭증한다?

수건을 자주 세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근거는 수건을 쓰고 나서 조금만 지나도 세균이 폭증한다는 것이다. 멸균한 목욕수건을 하루 한 번 사용하고 욕실 걸이에 보관한 실험에서는 6일 동안 세균이 22배 증가했다. 이는 한 번 사용한 것이 증식한 것 뿐 아니라, 매일 사용한 것이 누적된 결과이다. 이처럼 일상적인 조건에서의 실험이 아니라 한 번 사용하고 밀폐 봉투에서 24~26℃로 24시간 보관한 실험에서는 1500배 증가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1500배 같은 숫자가 많은 사람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밀폐되지 않고 공기 중에서 자연 건조되기 때문에 이처럼 많이 증가하지는 않고, 실생활에 가까운 실험에서는 대체로 수십 배의 증가가 관찰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손수건을 3일 사용한 뒤 세탁하고, 24시간 실내 건조를 모사한 실험에서도 26배씩 세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하고 자연 건조시키는 것과 별 차이 없지 않은가? 물론, 같은 조건에서의 실험이 아니고 세균 측정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용한 수건이 아니라도 세균은 존재하고 또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래서, 수건을 사용하면 세균이 많이 증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폭증한다고까지 말하려면 젖어 있는 상태에서 온도도 적당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건의 세균은 어느 정도로 해로운가?

수건에서 검출되는 세균의 양이 수백만 마리니 수천만 마리니 하는 이야기도 많다. 실제로 욕실에서 일반 면 목욕수건을 7일간 사용한 실험에서는 세균이 700만~2600만 CFU/cm2(세균은 마리보다는 CFU라는 단위를 많이 사용한다)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일단 숫자가 매우 크니까 엄청나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 숫자가 어느 정도로 큰 숫자일까?

비교를 위해 우리 손에 있는 세균의 규모를 보자. 뉴욕의 건강한 성인 224명의 손 전체를 씻어 배양한 연구에서는 씻기 전 평균 약 52만 CFU가 한 손에서 검출됐다. 건강한 젊은 여성 50명의 손 전체에서 세균을 회수한 연구에서는 호기성 세균이 평균 약 71만 CFU였고, 개인별로는 2만 6000~2290만 CFU까지 벌어졌다. 일본 대학생 24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한 손당 평균 약 200만 CFU가 검출됐다. 앞서 소개한 수건 연구는 측정 범위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지만, 어쨋든 그냥 평소에 우리 손에 수십만에서 수천만 CFU의 세균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건에 세균이 많이 증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손에 원래 있는 세균의 양에 비해 엄청나게 큰 세균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손을 씻고 수건에 닦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묻은 세균들은 크게 줄어든 상태이고 주로 우리 손에 항상 살던 상재균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런 상재균들은 우리 몸에 해를 끼치기보다는 피부를 보호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이 더 많다. 그럼 우리 손에 원래 있으면서 별로 해롭지 않던 세균이 증식해서 다시 손에 묻게 되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일일까?

일상적으로 몸을 깨끗이 씻고 나서 수건에 닦은 경우, 수건을 매개로 한 감염원이 건강한 사람에게 감염병을 유발할 정도의 위험이 있다고 볼 근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 샤워하고 자주 손 씻는 사람들이 수건 좀 여러 번 쓴다고 건강에 악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수건과 실제 감염이 만난 순간

물론 그렇다고 수건 위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수건 위생이 문제가 되는 조건들이 있다. 2000년 미국의 한 대학 미식축구팀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피부 감염이 선수 10명에게 발생해 7명이 입원했다. CDC의 유행 조사는 잔디에 쓸리거나 면도하다 생긴 상처와 함께, 세탁하지 않은 목욕수건을 선수들이 돌려 쓴 일을 가능한 전파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 사례에는 평범한 목욕 뒤의 재사용과 다른 조건이 겹쳐 있었다. 누군가의 피부에 MRSA가 있었고, 여러 사람이 같은 수건을 썼으며, 격한 운동으로 피부 곳곳에 상처가 나 있었다. 병원균과 이동 수단, 침입 경로가 모두 갖춰진 것이다.

가정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역사회 MRSA 피부 감염을 앓은 어린이가 있는 집을 1년 동안 추적한 연구는 사람과 반려동물, 집 안 표면에서 균을 반복 채취해 균주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목욕수건 공유는 같은 균주가 다른 가족에게 전파되는 현상과 관련이 있었다. 연관성은 크지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확인됐다(오즈비 1.25, 95% 신용구간 1.01~1.57).

곰팡이성 피부 질환도 예외가 아니다. 백선 환자가 있는 미국의 20만여 가정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1년 안에 다른 가족까지 백선 진단을 받은 가정이 8.5%였다. 이 연구가 수건을 전파 원인으로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CDC는 백선이 피부 접촉뿐 아니라 함께 쓰는 수건과 침구를 통해서도 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미 감염원에 노출이 된 사람이 수건을 여러 사람이 돌려 쓰는 경우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권고안 살펴보기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종합해서 많은 기관에서 수건 위생에 대해 내놓은 권고안이 있다. 이 권고안들을 살펴보자.

기관 목욕수건 권고 조건과 권고의 성격
미국 CDC 고정된 횟수 없음 손 닦는 수건은 재사용할 수 있으며, 눈에 띄게 더러워지거나 습기로 곰팡이가 생기기 전에 교체한다.
휴스턴 메소디스트병원 3회 사용 후 피부과 전문의가 제시한 기준이다. 몸을 씻는 데 쓰는 작은 수건과 운동용 수건은 한 번 쓸 때마다 세탁한다.
로마린다대학교 3~4회 사용 후 완전히 마르는 것이 전제다. 잘 마르지 않으면 2회, 감염·상처·체액 노출이 있으면 1회로 줄인다.
컬럼비아대학교 3~5회 사용 후 또는 주 1회 수건이 오래 젖어 있거나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더 자주 세탁한다.
클리블랜드클리닉 적어도 주 1회 습도가 높으면 주 2~3회, 피부 장벽이 손상됐거나 아플 때는 더 자주 세탁한다.
헨리포드헬스 약 주 1회 감염내과 전문의가 제시한 기준으로, 수건이 잘 마르지 않는 환경에서는 주기를 줄인다.
American Cleaning Institute(ACI) 3~5회 사용 후 미국 세정제품 업계단체의 생활 세탁 기준이다. 임상 지침은 아니다.
유타주립대학교 3~4회 사용 후 대학의 생활교육 자료지만 숫자는 ACI의 권고를 옮긴 것이다.
Consumer Reports 3~5회 사용 후 ACI의 권고에 자체 세탁 전문가와 환경미생물학자의 의견을 덧붙였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3~5회 사용 또는 주 1회 세탁을 기본으로 삼고, 잘 마르지 않을수록 주기를 줄이라는 방향은 같다. 다만 병원과 대학의 숫자도 공식 감염관리 지침이라기보다 전문가가 제시한 생활 속 기준에 가깝다. ACI의 3~5회 권고 역시 여러 매체에 반복해서 인용됐으므로 이를 모두 독립된 권고로 셀 수는 없다. 그래도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건강한 사람이 자기 수건을 완전히 말려가며 몇 차례 재사용하는 것은 허용하되, 지나치게 오래 쓰지는 말라는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3~5회 사용 후 세탁과 주 1회 세탁이 겹쳐 있는데, 이는 주로 미국 기관들의 권고이기 때문에 미국인의 평균적인 샤워 주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준으로 한다면 주 2회 세탁이 적절할 것이다.

결론

이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라면 여러 기관들의 권고안대로 3~5회까지 자연 건조시켜가면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건을 1회만 쓰고 바로 세탁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기본적인 세탁 주기보다 좀더 자주 세탁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미 감염원에 노출된 사람이나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좀더 자주 세탁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족 구성원 중에 이런 경우가 있으면 수건을 따로 쓰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눈으로 보일 정도의 오염원이 묻었다거나, 피나 다른 체액이 묻었다면 바로 세탁하는 게 좋다. 냄새가 나는 경우도 세균이 많이 증식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본 주기보다 좀더 자주 세탁하는 것이 좋다.

한 가지 명확하게 말하기 힘든 부분은, 가족 중에 피부 감염이 있는 사람이 없고 다 건강할 때도 수건을 공유하는 것이 해로운지 아닌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찾기 힘든데, 수건을 공유할 때 생기는 문제는 대부분 감염원이 있는 경우였고, 일상적인 수건 공유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3~5회라는 사용 횟수 내에서 공유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균이라는 게 눈에 안 보이다보니 그 위험성을 무시하기도 쉽지만, 반대로 과장하기도 쉽다. 어쨋든 우리는 세균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세균에 주의해야 하지만 무균 상태를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위생의 목적은 건강을 지키고 시각적, 후각적 청결 유지를 통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므로, 이 목적이 달성되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노력의 크기와 적절하게 저울질해서 위생 전략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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