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지만, 잘못된 정보가 많이 유통되고 있고 몇몇 식이요법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추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조차 건강식의 기준을 두고 엇갈린다. 2026년 1월 미국의 2025~2030 식이지침은 “진짜 음식을 먹으라(Eat Real Food)”며 단백질과 동물성 식품을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심장협회는 새 지침이 붉은 고기·버터·소금 섭취를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강한 식사가 무엇인지를 두고 미국 정부와 심혈관질환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기관이 같은 날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식이지침들에는 강력한 공통점이 있고, 논란이 있는 것들도 학술적인 자료가 많이 나와 있어서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하다. 그래서, 주요 기관들의 식이지침을 토대로 현 시점에 의학적으로 권장할 만한 식이지침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진짜 음식”을 먹어라.
진짜 음식? 그럼 가짜 음식도 있다는 것일까? 이 말은 가짜 음식의 반대말이라기보다 초가공식품의 반대말에 가깝다. 가능한 한 미가공 식재료, 또는 최소 가공 식재료를 통해서 요리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025~2030 식이지침에서 진짜 음식(real food)를 강조하면서 이 개념이 재조명되고 있는데, 저 식이지침 자체는 여러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진짜 음식의 가치를 널리 알렸다는 점은 대부분의 의사, 의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이 지침은 상세한 식이지침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 많은 지침을 매일 생각하면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유용하다. 복잡한 영양 문제를 고려할 필요 없이, 가공되지 않은 식재료로 조리된 식사를 매 끼 먹기만 해도 괜찮은 식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가공식품과 관련한 실험 결과도 어느 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실험한 입원 시험에서 참가자들은 초가공식품 위주로 먹을 때 하루 약 500㎉를 더 섭취하고 체중이 약 0.9㎏ 늘었다. 비가공 식단을 먹을 때는 체중이 약 0.9㎏ 줄었다. 2025년 과체중·비만 성인 55명을 대상으로 한 8주 교차시험에서도 두 식단이 모두 영국의 건강식 지침을 충족했지만, 최소가공 식단에서 체중이 약 2.1% 줄어 초가공 식단의 약 1.1%보다 감소 폭이 컸다.
하지만, 장기간의 실험에서는 다소 결과가 약하다. 비만 성인 148명이 열량을 줄이면서 초가공식품도 제한하도록 한 12개월 무작위시험에서는 열량만 줄인 집단보다 체중이 조금 더 감소했지만 연구진은 그 차이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고, 다른 대사 지표에서도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진짜 음식과 초가공식품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실험의 숫자도 아직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아직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지침은 완전히 식습관을 기댈 만한 지침은 될 수 없다. 전체적인 방향성에서 가공이 적게 된 음식을 선호하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정도로 알아두면 좋겠다.
통곡물을 먹어라
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카니보어 등, 탄수화물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식이지침들이 많다. 하지만, 탄수화물 또한 필수 영양소이고,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에너지원으로서의 효율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좋기 때문에 뇌를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거나, 고강도 운동을 할 때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 건강에서 근육의 중요성이 매우 높은데, 그 근육을 만들려면 근육의 재료인 단백질 뿐 아니라, 근육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게 해주는 탄수화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이섬유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탄수화물은 식이섬유의 중요한 공급원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없이 충분한 식이섬유를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장내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분해서 단쇄지방산을 만드는데, 이는 혈압·당뇨·염증 조절 및 장 점막 건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완전히 탄수화물을 끊고 케톤식을 하는 경우에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닥터딩요의 # 탄수화물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에서 좀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게 아니라 나쁜 탄수화물을 줄이고 좋은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다. 좋고 나쁨을 가르는 것은 탄수화물이 어떤 음식에 들어 있느냐다. 줄여야 할 것은 첨가당이 많이 든 음료와 간식, 정제곡물에 치우친 식사다. 반대로 통곡물·콩·채소·과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충분히 먹어야 한다. 첨가당은 섭취량 자체를 줄이고, 정제곡물은 통곡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곡물은 도정할수록 겨와 배아가 제거되면서 식이섬유와 여러 미량영양소가 줄어든다. 흰쌀밥에는 현미·귀리·통보리 등을 섞고, 흰빵과 면은 통밀 제품으로 바꾼다. 통곡물을 기존 식사에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정제곡물을 대신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전부 바꾸기 어렵다면 소화와 입맛에 맞춰 비율을 서서히 높이면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탄수화물 지침도 탄수화물의 양보다 질을 강조하며, 탄수화물을 주로 통곡물·채소·과일·콩류에서 얻도록 권한다. 성인의 식이섬유 목표는 하루 25g 이상이다. 전향적 연구를 종합한 2023년 분석에서도 통곡물을 많이 먹는 사람은 심혈관질환과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이 낮았다. 여러 연구와 식이지침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만큼, 매일 먹는 주식을 통곡물로 바꾸는 것은 탄수화물의 질을 높이는 가장 분명한 출발점이다.
채소·과일·콩·견과류의 중요성
주식을 통곡물로 바꿨다고 식사가 충분히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채소는 매 끼니 먹고, 과일은 주스보다 통째로 먹는다. 콩과 두부는 반찬이나 단백질 식품으로 자주 선택하고, 소금과 설탕을 더하지 않은 견과류도 곁들인다. 채식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채소·과일·콩·견과류가 식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하라는 것이다.
건강하다고 평가받는 식단은 이름이 달라도 이 식품들을 공통으로 강조한다. 미국 성인 10만5천여 명을 최장 30년 추적한 2025년 연구에서는 과일·채소·통곡물·콩·견과류와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사를 오래 유지한 사람이 70세가 되었을 때 신체·인지·정신 건강이 모두 양호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식품들을 많이 포함하는 DASH 식단의 임상시험에서도 혈압과 여러 심혈관 위험요인이 개선됐다.
네 식품군을 같은 양으로 먹거나 매번 무게를 잴 필요는 없다. 끼니마다 채소 반찬을 충분히 놓고, 하루 중 과일을 챙기며, 콩·두부와 견과류를 자주 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과일과 채소가 부족한지 가늠하려면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하루 400g 이상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지방은 종류가 중요하다
지방은 무조건 적게 먹기보다 종류를 바꿔야 한다. 버터·라드·지방이 많은 육류처럼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은 줄이고, 견과류·씨앗·생선과 콩기름·카놀라유·올리브유처럼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품을 선택한다. 튀김과 제과류 등에 들어 있는 산업형 트랜스지방은 가능한 한 피한다.
세계보건기구의 지방 지침은 포화지방을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 트랜스지방을 1%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화지방을 무엇으로 대신하느냐이다. 버터를 덜 먹고 그 자리를 설탕이나 흰빵으로 채우는 것보다 견과류·생선·불포화지방이 많은 식물성 기름이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
불포화지방이 유리한 가장 확실한 이유는 포화지방을 대신할 때 혈중 LDL 콜레스테롤과 아포지단백 B(ApoB) 입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LDL을 비롯한 ApoB 입자가 동맥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유전연구와 임상시험에서 인과관계로 확인됐다. 이 차이는 혈액검사 수치에만 그치지 않는다. 5만3천여 명이 참여한 11개 장기 무작위시험을 종합하면 포화지방을 줄인 집단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을 합친 심혈관 사건이 21% 적었다. 다만 사망률 감소까지는 뚜렷하지 않았다. 핵심은 식사에 기름을 더 얹는 것이 아니라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바꾸는 것이다.
올리브유나 견과류를 더한 지중해식을 비교한 PREDIMED 연구의 재분석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주요 심혈관 사건이 대조군보다 적었다. 특정 기름 하나의 효과를 가려낸 연구는 아니지만, 지방을 모두 피하기보다 건강한 공급원을 선택하는 식사 전체의 효과를 보여준다.
올리브유는 발연점이 낮아서 튀김 등의 요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고, 가열하면 모든 기름이 해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발연점이 아니라 고온에서 발암물질이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는 것이고, 올리브유는 고온에서 발암물질이 매우 적게 나오는 편이다. 닥터딩요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의 발연점과 튀김 요리에 자세한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어 참고할 만하다.
버터와 라드가 실제 질병이나 사망을 늘린다는 근거는 약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버터 섭취와 심혈관질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찾지 못한 관찰연구 종합분석이 있지만, 이런 비교에서는 버터를 덜 먹은 사람이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웠는지가 결과를 좌우한다. 버터를 정제 탄수화물로 바꾸면 이득이 없을 수 있지만, 무작위시험에서는 버터 대신 올리브유를 먹었을 때 LDL 콜레스테롤이 더 낮았고, 22만여 명을 최장 33년 추적한 연구에서는 버터 10g을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는 경우 전체 사망 위험이 17%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라드는 장기 연구가 더 부족하다. 버터와 라드를 독처럼 피할 필요는 없지만, 주된 지방으로 삼기보다 불포화지방이 많은 기름으로 바꾸라는 지침이 현재 근거에 더 잘 맞는다.
단백질은 충분히, 과하지 않게
단백질은 매 끼니 챙기되 무조건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밥·면·빵만으로 끼니를 때우지 말고 콩·두부·생선·달걀·유제품·육류 가운데 하나를 곁들인다.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줄이고, 붉은 고기의 일부는 콩·두부·견과류나 생선으로 바꾼다.
미국의 2025~2030 식이지침은 하루 단백질 섭취량으로 체중 1㎏당 1.2~1.6g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심장협회는 모든 성인에게 이만큼 필요한지는 더 연구해야 하며, 붉은 고기와 고지방 유제품을 늘리면 포화지방 섭취도 함께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단백질을 최대한 늘리기보다 끼니마다 빠뜨리지 않고 공급원을 다양하게 고르는 편이 합리적이다.
32개 장기 관찰연구를 종합한 분석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집단의 모든 원인에 따른 사망 위험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았다. 따라서 단백질은 얼마나 먹느냐 못지않게 무엇으로 먹느냐도 중요하다. 다만 근육 감소 위험이 큰 노인이나 운동량이 많은 사람은 활동량과 건강 상태에 맞춰 필요량을 높일 수 있다.
나트륨·첨가당·술은 전체 섭취량을 관리하라
앞서 다룬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은 공급원이 중요했다. 나트륨·첨가당·술은 하루 동안 섭취한 총량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국·찌개·반찬·소스의 나트륨과 달게 마시는 커피·음료·간식의 당은 한 끼가 아니라 하루 전체로 본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나트륨을 하루 2g 미만, 소금으로는 약 5g 미만으로 제한한다. 설탕·꿀·시럽·과일주스에 든 당을 포함한 자유당은 하루 섭취 열량의 10% 미만이 목표다. 통과일과 우유에 원래 들어 있는 당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영양표에 첨가당이 따로 없다면 비슷한 제품의 100g 또는 100㎖당 당류와 나트륨을 비교한다.
건강을 위해 마셔야 할 술은 없다. 미국심장협회의 2026년 식이지침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음주를 시작하지 말라고 권한다. 이미 마신다면 마시는 횟수와 한 번에 마시는 양을 줄인다.
건강식도 맛있어야 한다
건강식은 맛을 포기하고 참아야 하는 식사가 아니다.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첫 번째 지침도 원재료를 자기 취향에 맞게 조리해 먹으라는 뜻이다. 단맛과 감칠맛, 지방에서 오는 고소한 맛을 모두 포기할 필요도 없다.
직접 요리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식재료와 조리법을 활용하면 된다. 매번 요리하기 어렵다면 채소가 많은 메뉴를 고르거나, 고기를 먹을 때 쌈 채소를 넉넉히 곁들이는 식으로 맛을 즐기면서 식사를 조금씩 바꿀 수 있다.
아무리 영양학적으로 훌륭한 식단도 맛이 없어 계속 먹지 못하면 장기적인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네 가지 식단을 1년간 비교한 무작위시험에서도 체중 감소는 식단의 종류보다 얼마나 꾸준히 지켰는지와 더 밀접했다. 맛은 건강을 위해 포기해야 할 사치가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고르는 데서 그치지 말고, 맛있게 먹을 방법까지 찾아야 한다.
조금씩이라도 지키자
지금까지 일반적인 지침 하나와 구체적인 식이지침 다섯 개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이 모두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완벽하게 식이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완벽한 식생활이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한 식생활이다.
식이지침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한두 번 어기고 나면 포기하고 이전 식습관으로 돌아가곤 한다. 이렇게 완전히 포기하는 것보다는 작은 거 하나라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계속 치킨, 라면, 등등 먹어왔는데 갑자기 안 먹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매일 저녁 라면을 먹는 것보다는 주6일 저녁 라면을 먹고 하루 저녁은 비빔밥을 먹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끼 건강식으로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도 된다. 그러다 일주일에 두 끼, 세 끼 늘려가도 되고, 먼저 흰 쌀밥을 잡곡밥으로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도 된다. 평소 식습관에서 채소류만 추가해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건강한 맛으로 먹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냥 원하는 것을 먹어도 좋다. 내일 다시 식이지침으로 돌아오면 된다. 내일도 안되면 모레 돌아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