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놀랍게도 코로나19가 진정된 지 몇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백신이 부작용이 많고 그로 인한 피해가 컸다, 개인의 판단이므로 강요해선 안되었다 등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백신에 대한 의혹은 영유아기에 맞아야 하는 백신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져서 이러한 백신들도 의무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백신을 비롯한 방역 체계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제점이 없을 수는 없고, 더 개선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백신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어떻게 백신이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있나?
코로나 백신에 제기되는 가장 큰 의문은 백신이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에 나올 수 있었냐는 것이다. 정상적인 임상시험 절차를 다 밟는다면 그렇게 빨리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제대로 안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실제로 모더나는 바이러스 유전체가 공개(2020년 1월 10일)된 지 66일 만에 1차 임상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9개월째인 2020년 12월 18일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때부터 이미 대중에 접종되기 시작했고, 첫 달에 이미 1379만 회분이 접종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2022년 1월 31일에 FDA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은 바이러스 유전체 공개 후 24개월 만이다. 화이자는 이보다도 조금 더 빨라서 19개월이 걸렸다.
통상 신약 개발에 10년씩 걸리기도 하는 만큼,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긴급 승인을 받고, 19개월 만에 정식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은 지나치게 짧아보인다. 정말로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가면서 한 것일까?
다른 백신들은 개발 및 승인에 얼마나 걸렸나
그렇다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이 아닌, 다른 백신들의 개발 속도는 어땠을까?
또 하나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가다실 같은 경우는 개발부터 정식 승인까지 무려 15년이 걸렸다. 과거 전염병의 대명사였던 홍역은 9년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의 백신은 좀 다르다. 홍콩 독감 백신은 제조용 균주 확보부터 출하까지 66일 걸렸다. H1N1 신종플루 백신은 5개월 걸렸고, H5N1 조류독감은 3년 걸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이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백신 플랫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백신은 매번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백신 플랫폼에서 바이러스주만 교체한다든지, 개발 및 생산 과정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서 새로 생산하는 것이 쉽다. 특히 코로나19, 독감 등의 바이러스는 같은 플랫폼에서 유행 균주만 교체하도록 생산, 허가 체계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66일 같은 짧은 기간에도 정식 승인까지 가능했던 것이다.
플랫폼 재사용과 mRNA 기술
코로나19는 균주만 교체하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플랫폼들을 적극 활용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모두 mRNA-LNP 기반 플랫폼을 활용했고, 화이자는 암 치료 및 감염병 백신 개발을 위해 mRNA 기술로 이미 개발이 많이 진행된 상태, 모더나는 조류독감 H10N8과 H7N9 백신에서 이미 사람 대상으로 임상 1상을 거친 상태였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었다.
또한, mRNA 기술도 백신 개발 기간을 급속도로 단축시키는 역할을 했다. 과거의 백신 개발과 달리 지금은 바이오인포메틱스를 활용해서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해서 염기서열과 단백질 구조를 바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설계 단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렇게 설계한 mRNA를 실제 합성하고 정제하는 기술도 고도로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전체만 있으면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시험이 빨리 진행된 이유
대개 백신 개발에서 임상시험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수의 시험 대상자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3상 단계에는 대개 수천에서 수만 명의 대상자가 필요하다. 또한, 이 대상자가 백신 접종 후에 실제로 대상 감염병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야 임상시험의 유의성이 충분히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유행했고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에 임상에 필요한 대상자를 매우 빠르게 모집할 수 있었고, 이들이 백신을 접종한 후 코로나19에 접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검증 기간도 짧았다.
물론 숫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기간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충분한 기간이라는 것이 약의 종류, 질병의 종류에 따라 많이 다르다. 백신의 경우는 생각보다 승인에 필요한 추적 관찰 기간이 길지 않다. 추적 관찰하는 내용에 따라서 기간도 달라지는데,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확인할 사항 | 일반적인 관찰기간 |
|---|---|
| 접종 부위 통증·발열 등 예상 반응 | 접종 후 7일 |
| 예상하지 못한 일반 이상반응 | 접종 후 28일 |
| 중대한 이상반응·특별관심 이상반응 | 마지막 접종 후 최소 6개월 |
| 예방효과와 효과 감소 | 주 분석 6~12개월, 가능하면 1~2년 이상 |
| 매우 희귀한 부작용 | 기간보다 모집단 규모가 중요하므로 승인 후 지속 감시 |
여기서 대개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고 예방효과가 확인되면 승인을 받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임상시험 기간이면 일반적인 백신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코로나19 백신은 물리적으로 3상에서 충분한 추적 관찰이 가능한 기간이 확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매우 빠르게 모였기 때문에 추적 관찰에 필요한 6~12개월도 일찍부터 확보가 되어서 1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임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존에 유사한 백신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했고, 임상시험 대상자가 일찍부터 충분하게 모였으며, 막대한 자금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결합되면서 빠르게 진행된 것이지, 필요한 절차를 빠뜨린 것이 아니다. WHO는 이를 임상 생략이 아니라 병행·가속 개발로 설명한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린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린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 어떤 백신도 감염을 100% 막지 못한다. 두 차례 접종한 홍역 백신도 약 97%의 예방효과를 낸다. 백신은 마법 보호막 같은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도 어떤 백신도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한다.
그럼 감염을 100% 막지도 못하는데 백신을 왜 맞아야 하나?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원래 백신은 감염을 100% 막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감염병은 한 감염자가 다음 사람에게 평균 한 명 이상 옮길 때 계속 퍼진다. 백신이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보호할 필요는 없다. 충분한 사람이 감염되거나 전파할 가능성을 낮추면, 한 감염자가 옮기는 평균 인원이 한 명 아래로 떨어지고 유행은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집단면역이다. 홍역 백신도 100%가 아니지만 높은 접종률로 유행을 막고, 접종할 수 없는 사람까지 간접적으로 보호한다. WHO도 백신으로 형성한 집단면역은 전파 사슬을 끊어 취약한 사람을 보호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돌파 감염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다. 그 돌파 감염의 비율이 얼마인지, 그래서 전파를 잘 막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백신의 효과를 알고 있다. 끝나지 않을 거라던 팬데믹은 끝났고, 백신을 잘 접종한 나라들은 초과사망이 낮았다. OECD는 21년 32개국 연구에서 접종률이 높을수록 초과사망이 낮았다고 보고했고, 유럽의 20년~23년 국가별 시계열 분석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초과사망과 연관된다고 보고했다.
다른 하나는 중증 또는 사망으로 진행할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코와 목 점막에 닿는 순간을 언제나 막아 주지는 못해도, 바이러스가 증식해 폐렴, 혈전, 장기 손상으로 이어지기 전에 면역계가 훨씬 빨리 대응하게 만든다. 감염을 피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병의 무게를 바꾸는 것이다. 한국에서 3차 접종 뒤 확진된 사람은 미접종 뒤 확진된 사람보다 중증 또는 사망으로 진행할 위험이 97.5% 낮았고, 2차 접종군의 감소폭은 55.2%였다. 질병관리청 분석 4차 접종도 3차 접종군과 비교해 감염은 20.3% 더 막았지만, 중증은 50.6%, 사망은 53.3% 더 줄였다. 국내 4차 접종 분석 코로나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없애지 못해도 맞을 이유는 이 차이만으로 충분하다.
요컨대,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그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은 여전히 유익하고, 또 코로나19 백신 역시 유익했다고 할 수 있다.
백신의 부작용
앞의 논의처럼 백신의 효과를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백신에 제기되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는 백신의 부작용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전국적으로 시행할 때 매일 같이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 뉴스가 떴다. SNS에도 가족과 친척들의 사연이 숱하게 올라왔다. 사망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 갑자기 특정 질환이 늘었다는 이야기 등 부작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거기에 백신의 부작용을 여러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부작용 논란은 더욱 커졌다.
부작용은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백신을 맞고도 감염되는 문제는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백신을 맞고 심각한 질병을 얻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면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수 있고, 백신을 의무화하는 정당성도 떨어지게 된다.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검토하기 앞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모든 백신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백신은 면역계를 자극하는 약이므로 접종 부위 통증이나 발열, 피로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모든 접종자에게 부작용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지만, 위험이 완전히 0인 백신은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백신의 부작용 대부분이 가볍고 며칠 안에 사라지지만,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중대한 손상도 매우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백신에도 인과 관계가 확인된 부작용이 있다. MMR 백신은 어린이 3천~4천 명당 약 한 명에게 열성경련을 추가로 일으키고,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접종한 영아 2만~10만 명당 약 한 명에게 장중첩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계절독감 백신도 위험 증가가 관찰되는 해에는 접종 100만 회당 한두 건의 길랭-바레증후군이 추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MMR 백신 안전성 자료, 로타바이러스 백신 안전성 자료, 독감 백신과 길랭-바레증후군 자료
그럼 왜 이렇게 확인된 부작용이 있는 백신도 계속 사용하는 것인가? 이것을 윤리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백신의 부작용을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의 위험과 비교해야 한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부작용은 피할 수 있지만, 그 대신 감염병에 걸려 중증이나 후유증을 겪고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 앞서 살펴본 백신들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백신이 일으키는 피해보다 백신이 막는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유럽의약품청도 백신의 허가에는 위험이 전혀 없다는 증명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이득이 잠재적 위험보다 훨씬 크다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피해를 당연하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백신의 부작용이 매우 심각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로가 확인이 된다면 설령 그 확률이 매우 낮더라도 그 백신은 승인을 받기 어렵다. 아주 위험한 질병에 대한 백신이 아니라면 부작용의 크기와 빈도 모두 매우 작아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승인을 받은 백신은 모두 그런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백신 맞고 사망에 이를 정도의 부작용이 없다고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매우 낮은 확률이라는 것은 입증되어야 한다.
그래서,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백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까지 확인이 되어야 비로소 백신의 접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백신을 맞고 나서 사망한 사람들
그럼 이제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살펴보자.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기 얼마 전쯤부터 독감 백신에 대해 “접종 뒤 사망했다”는 사례가 뉴스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백신 부작용이 크게 주목 받았고, 코로나19 백신 역시 사망을 비롯한 갖가지 부작용 문제가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것은 인과 관계다.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는 말은 시간적 선후 관계 밖에 알려주지 않는다. 백신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근거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고 보고된 경우 대부분이 노인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백신보다는 다른 것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침에 쌀밥을 먹고 나서 사망했다고 해서 쌀밥을 원인이라고 할 수 없듯이,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 사망했다고 해서 백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기저질환이 없고 노인도 아닌 사람들의 돌연사도 많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경우는 백신이 유력한 원인이지 않을까?
하지만, 원래도 돌연사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 112만5,691명을 2002~2013년 추적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감염·외상 등 명백한 비심장성 원인을 제외한 심정지가 국내에서 연간 8천여건에 이른다. 이 중에서 관상동맥질환·심근병증·판막질환 등 알려진 주요 심장 원인도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연간 1천건 이상이다. 그러니까, 백신과 상관 없이 원래도 원인 불명의 사망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초과 사망
그럼 원래도 돌연사가 종종 있는 일이니까 백신 접종 후 기저질환 없는 사람의 돌연사도 그냥 그런 걸로 보고 무시해도 될까? 그렇지 않다. 부검 등의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내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인과 관계 분석까지 가지 않더라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초과 사망 통계를 보면 된다. 초과 사망이란, 실제로 특정 기간에 실제로 발생한 사망자와 과거 추세로 예상되는 사망자의 차이이다. 이 초과사망이 높다면 백신의 부작용이 존재한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경우는 개별 사망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이 시행되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초과 사망이 거의 없다면 부작용이 크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주 확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국가 차원에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표다.
이는 백신이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위험성을 평가하는데도 쓰였던 중요한 지표다. 코로나19가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히는 것도 2020~2021년 단 2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1500만명에 가까운 초과사망이 기록했기 때문이다. 10만명당으로 따지면 188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10만명당 19명으로 압도적으로 낮은 초과사망률을 보였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다른 사망 원인보다 높은 사망률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초과 사망은 어땠을까? 코로나19백신안전성연구센터가 건강보험·예방접종 자료를 이용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사망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고 한다. 접종 후 10일까지 고려한 시계열 분석에서도 동일하다. 그렇다면 접종 여부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독감 백신도 살펴보자. 질병관리청이 2015~2020년 65세 이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접종자의 조사 기간 사망률이 접종자보다 6.2~8.5배 높았다. 초과 사망이 아니라 오히려 사망이 줄어든 것이다. 독감에 취약한 고령자 대상 연구이니만큼 이것은 기대했던 백신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이 연구는 거기까지 주장하지는 않는다. 중환자, 입원환자, 임종에 가까운 사람 등은 접종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종자들은 더 건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점을 보완하려면 동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연구는 없다.
어쨋든 제한적인 연구들이지만 이 연구들만 봐도 백신의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겠다.
개별 사례 분석 결과
초과 분석은 통계적으로 보는 것이지만 사실 더 정확한 것은 개별 사례에서 인과 관계 분석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만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은 신고된 건수만 48만건이 넘는다. 그리고 이 중에서 98,100건은 피해보상 신청이 접수되었고, 이 중에 24,618건은 보상이 결정되었다.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이 4,489만명인데 이 중 2만명 넘게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보상을 받았으니 0.055% 정도가 보상을 받은 셈이다.
보상 사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부분은 발열·두통·근육통·접종 부위 통증·알레르기 반응처럼 비교적 가벼운 사례인데, 중증 사례만 보면 다음과 같다.
- 아나필락시스: 검토 2,377건 중 884건 인과성 인정
- 혈소판감소성 혈전증: 의심 사례 215건 중 4건 인과성 인정
- 심근염: 603건이 진단에 부합
- 심낭염: 244건이 진단에 부합
심근염과 심낭염은 인과성 인정이 아니라 진단에 부합한다고 하는데, 이는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폭넓게 보상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중 아나필락시스는 알러지 반응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외에도 거의 모든 백신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 백신안전데이터링크가 여러 백신 2,510만 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만 회당 1.31건의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다고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접종자가 아니라 접종회수 단위로 측정하는데, 국내에서는 100만회당 6회 정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균적인 백신에 비해 높은 수치이긴 하나, 심각한 수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백신에 나타나는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 외에는 혈전증이 먼저 인과성이 확인되었다. 다만 이는 4건에 불과해서 역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심근염과 심낭염에 대해서는 보상 시점에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상부터 실행했는데, 그 이후에 CDC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인과 관계가 확인되었다. 그 이후 백신 접종 지침도 변경되어서 백신 접종 후 3주 이내 심근염·심낭염이 발생한 사람에게는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원칙적으로 피하도록 권고한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코로나19 백신은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하고 평균적인 백신에 비해서는 다소 부작용이 많은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으며 여전히 질병 예방의 압도적인 이득에 비해 부작용은 작다고 말할 수 있다.
곰팡이 백신 논란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좋았고 부작용도 크지 않다고 해서 문제 없는 게 아니다. 이런 백신을 안전하게 유통하고 접종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백신 이물질 신고가 드러나면서 곰팡이가 포함된 백신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285건 접수됐고, 이 가운데 곰팡이·머리카락·이산화규소 등 127건이 ‘위해 우려 이물’로 분류되었으며 곰팡이 신고가 1건 있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은 곰팡이 백신이었다는 논란이 퍼져나갔다.
이것은 유통과 접종 절차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사례들은 모두 기록되고 접종 보류 및 폐기가 된 사례들이다. 곰팡이 사례는 질병관리철에 따르면 해당 바이알은 모두 격리돼 접종되지 않았고, 같은 제조번호 전체가 오염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사례는 그런 실수가 체계적으로 감지되고 처리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안전장치가 작동한 것은 아니었다. 곰팡이 발견된 사례에서 질병관리청은 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하지 않았고 이외에도 이물 신고가 접수된 접종분과 동일 제조번호의 다른 백신 약 1,420만 회분이 별도의 보류 없이 접종되었다.
그렇다고 곰팡이가 든 백신 1,420만 회분이 접종됐다는 뜻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물이 발견된 해당 바이알은 모두 격리돼 접종되지 않았고, 같은 제조번호 전체가 오염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곰팡이가 발견된 바이알은 주사바늘이 고무마개에 꽂힌 채 회수됐다. 질병관리청은 제조사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조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접종 준비를 위한 원액 희석 과정에서 곰팡이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감사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제조 과정의 오염 가능성과 위해 정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감사원의 말처럼 제조 과정의 오염 가능성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조금 더 엄정한 조사 과정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곰팡이 신고가 1건에 불과하고 동일 제조번호의 다른 백신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백신 원액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주장도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해당 접종분이 접종되지 않고 폐기되었다는 것도 안전장치가 잘 작동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곰팡이 신고가 백신 전체의 신뢰도를 낮추는 사고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백신에 대한 의심이 많은 상황에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조사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의무 접종이 필요했나?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 백신과 그 접종 과정은 충분히 효과적이고 안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의무화해야 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국은 접종을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았지만, 식당·카페와 학원 이용에 접종증명 또는 음성확인서를 요구했다. 강제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방역패스는 강력한 접종 압박이어서 사실상 의무화했다고 할 수 있다.
접종을 권할 이유는 있었다. 2022년 1월 질병관리청 자료에서 18~59세 위중증 환자의 83.3%, 사망자의 87.7%는 접종 미완료자였다.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 이후부터는 사망자도 급속하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의 집단 면역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 의무 접종은 어느 정도 필요했다고 여겨진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한국의 백신 패스와 유사한 그린패스를 모든 공공·민간 사업장 출입에 요구했다. 직장 전체까지 포괄했다는 점에서 한국보다 광범위하게 의무화한 것이다. 프랑스는 16세 이상이 식당·술집·문화·여가시설·박람회·장거리 교통을 이용하려면 원칙적으로 백신 또는 회복 증명을 제시해야 했다. 음성검사만으로는 대부분 이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백신패스보다 좀더 강했다. 오스트리아는 아예 접종 의무를 법률로 부과했다. 백신 미접종자에게 별도의 봉쇄와 2G 규제를 적용한 데 이어, 2022년 2월에는 의료적 예외 등을 제외한 18세 이상 주민 전체에 접종 의무를 법률로 부과했다.
물론 미국처럼 의무화를 하지 않은 나라도 있다. 하지만 미국도 주에 따라 달랐는데, 뉴욕시는 Key to NYC를 통해 실내 식당·헬스장·공연 및 오락시설의 이용자와 종사자에게 접종 증명을 요구했다. 이후에는 거의 모든 민간 사업장 근로자에게 접종 의무를 확대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내 식당·술집·클럽·체육시설과 대규모 실내행사에 접종 증명을 요구했다. 해당 시설에서는 음성검사로 백신 증명을 대체할 수도 없었다.
이처럼 모든 나라가 동일한 정도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나라가 의무화를 했고, 의무화를 하지 않더라도 백신 접종을 강하게 권장했다. 그리고 이처럼 코로나19 백신이 광범위하게 접종한 것이 코로나19의 위험과 전파를 모두 크게 낮추고 결과적으로 팬데믹을 종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자유와 선택권은 소중하니까 사람들이 좀더 죽어나가더라도 의무화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할 수 있다. 이는 훨씬 깊은 윤리적, 정치적 토론이 필요한 문제다. 이것은 이 기사의 범위를 넘기 때문에 의무 접종이 반드시 필요했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한다. 다만,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이어진 전세계적인 노력이 모여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할 수는 있다.
현대 의학에 대한 신뢰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 백신에 쏟아진 많은 의혹들이 대부분 모든 백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며, 백신 자체의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백신을 통해 많은 질병을 정복하거나 버텨왔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비난과 의심을 받기에는 문제도 적었고, 오히려 짧은 기간에 전지구적 재난에 맞서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주장을 듣고 수많은 자료를 보고 분석해야 했다. 그런데, 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백신을 믿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할까?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바쁜 마당에 백신이 믿을 만한지 아닌지 이렇게 일일이 따져가면서 맞아야 현명한 것일까?
현대 의학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발전되어 있고, 또 믿을 만하게 동작한다. 한 명 한 명의 의사의 소견은 틀릴 수도 있지만, 수많은 동료 리뷰와 임상시험을 거친 의학계 전체의 권고는 신뢰도가 매우 높다. 백신의 경우도 어떤 백신은 의무이지만 또 어떤 백신은 의무가 아닌데, 이런 결정 또한 대부분 의학계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그래서, 백신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의학계를 좀더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개개인이 모두 이 기사에서 한 것처럼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 사실 가장 위험한 것은 이처럼 집요하게 자료들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한두 가지 자료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에 쏟아지는 많은 의혹이 한두 가지 단편적인 사실들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다음날 사망했다"고 하면 코로나19 백신이 대단히 위험한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문제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리고 그 어려운 판단 과정을 많은 전문가들이 해서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을 믿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의사를 절대적으로 믿으라는 뜻은 아니다. 의사 개인보다는 현대 의학이 작동하는 방식을 믿는 것을 첫번째 판단 기준으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만약 의학계의 권고가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럽다면 그때는 개인이 직접 나서서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해서 두번째 판단 기준으로 삼아도 된다. 다만, 이왕 그렇게 조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한두 가지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보자.
앞으로도 인류는 다양한 감염병을 맞게 될 것이고 또다시 전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한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비과학적인 논란으로 인류의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는 좀더 건설적인 논의로 발전해가길 바란다.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도 대중들의 의혹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국민적인 이해를 높여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