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길고양이는 조류 생태계를 위협하는가?

최근 조류 유튜버 ‘새덕후’가 새를 잡아먹는 고양이를 다룬 영상을 공개하면서 그동안 쌓여온 길고양이 갈등이 다시 폭발했다. 영상 속 장면은 분명하다. 고양이는 새를 사냥하고 죽인다. 그 수가 한두 마리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이를 근거로 길고양이가 한국의 조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논란이 된 영상과 인터뷰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논리의 비약이 있다. 고양이가 새를 죽인다는 사실과 한국의 조류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은 같은 말이 아니다. 전자는 사냥 장면만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후자를 주장하려면 고양이 때문에 특정 조류 개체군이 실제로 감소하거나 사라질 위험이 커졌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 증거가 한국에 존재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새를 죽인다는 사실은 생태계 위협의 증거가 아니다

도심 공원에서 날아오르는 새를 사냥하려는 길고양이의 일러스트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것은 사실이다. 전 세계 533편의 문헌을 종합한 연구에서는 고양이의 먹이로 기록된 동물이 2,084종이었고, 그중 조류가 981종이었다. 미국에서는 야외에서 활동하는 고양이가 해마다 13억~40억 마리의 새를 죽인다는 추정도 나왔다. 정확한 피해량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의 조류 포식이 드문 사건이 아니라는 점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전 세계 고양이 먹이 연구 종합 미국의 조류 포식량 추정

국내에서도 포식은 확인된다.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2004년 10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발견된 조류 사체 256개체 가운데 56개체가 고양이에게 죽은 것으로 분류됐다. 건축물 충돌 89개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적어도 이동철의 홍도에서 고양이가 죽이는 새의 수는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다. 홍도 조류 사망 원인 연구

그러나 자연에서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것은 그 자체로 생태계 파괴가 아니다. 포식은 생태계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이다. 맹금류도 새를 잡고, 족제비와 뱀도 알과 새끼를 먹는다. 어떤 포식자가 많은 동물을 죽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포식자가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판정하지는 않는다.

홍도에서 발견된 사체 56개체도 마찬가지다. 이 숫자는 고양이가 새를 죽였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홍도의 어떤 조류 개체군이 그 때문에 줄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발견되지 않은 사체가 얼마나 되는지, 전체 개체수 가운데 어느 정도가 죽었는지, 번식으로 손실이 보충됐는지도 알 수 없다. 포식 사실은 출발점이지 생태계 위협이라는 결론이 아니다.

인간이 먹이를 주기 때문에 자연 생태 현상이 아니다?

길고양이는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므로 자연의 포식자와 다르다는 반론이 있다. 먹이가 공급되면 야생 먹이가 부족해져도 고양이의 밀도가 높게 유지될 수 있고, 배가 고프지 않은 고양이도 사냥한다. 따라서 인간이 유지한 고양이 집단이 야생동물에 더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종이 생태계의 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꿀벌도 양봉을 통해 사람이 높은 밀도로 유지하지만 수많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 생태계의 일원이다. 반대로 관리되는 꿀벌이 야생 벌과 먹이를 두고 경쟁하거나 병원체를 옮길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인간의 개입 여부만으로 유익과 위해를 판정할 수 없으며, 그 결과 다른 개체군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포식의 규모와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이다

따라서 핵심은 고양이가 새를 죽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죽이며, 그 포식이 특정 종의 생태적 지위를 위협할 정도인가이다. 전체 사냥량과 함께 종별 영향을 봐야 한다. 흔하고 번식이 빠르며 주변 지역에서 계속 유입되는 종은 많은 개체가 죽어도 개체군이 유지될 수 있다. 반대로 개체수가 적고 번식률이 낮으며 서식지가 고립된 종은 몇 마리의 추가 사망만으로도 감소할 수 있다.

현재 국가생물종목록에는 한국의 조류가 617종이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주요 습지 200곳의 겨울철 동시조사만으로도 150~160만 마리가 관찰된다. 2024년 야생동물조사에서는 참새만 평균 157마리/㎢, 멧비둘기 22.6마리, 박새 21.5마리, 직박구리 17.5마리로 추정됐다. 이를 토대로 보면 한국에 수천만 마리의 새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새의 집단에 사냥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고양이가 위협적일 수 있을까?

육상조류 52종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20종이 분포 감소, 10종이 증가, 22종은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반면 2000~2024년 겨울철 물새 68종에서는 증가한 종이 감소한 종보다 1.5배 많았지만,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는 크게 감소했다. 이처럼 한국의 조류 생태계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부 조류의 심각한 감소는 사실이지만 현재 연구는 주로 농경지나 습지 등 서식지의 변화, 기후와 이동경로의 문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섬에서는 고양이가 실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조류 생태계 전체의 위협을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섬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섬의 조류는 개체군이 작고 고립돼 있으며, 지상이나 낮은 곳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포유류 포식자를 겪지 않고 진화한 종도 많다. 세계적으로 고양이가 조류의 멸종이나 개체군 감소에 관여한 강한 사례가 섬에 집중되는 이유다. 고양이의 생물다양성 영향에 관한 세계 연구 검토

한국에서도 마라도의 뿔쇠오리가 구체적인 위험 사례로 연구됐다. 2019년 연구에서는 위치를 추적한 고양이 10마리 가운데 5마리의 행동권이 뿔쇠오리 번식지와 겹쳤다. 개체군 모형은 고양이 수용력이 80마리 이상으로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마라도의 뿔쇠오리 번식 개체군이 20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마라도 고양이와 뿔쇠오리 연구

이 연구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관리해야 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예측한 것은 뿔쇠오리라는 종 전체의 멸종이 아니라 마라도 번식 개체군의 국지적 소멸이다. 실제 소멸을 관찰한 결과도 아니라 제한된 자료와 조건을 이용한 모형의 예측이다. 무엇보다 작고 고립된 섬에서 확인된 위험을 도시와 농촌을 포함한 한국 육지 전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한국 육지의 조류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근거는 없다

한국의 길고양이는 주로 사람의 생활권 주변에 분포한다. 2014~2023년 전국의 조사·관찰 자료에서 정리한 출현 좌표 1,849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수도권과 충남·대전·대구에서 분포 밀도가 높았다. 잠재 서식지 모형에서도 고도, 시가지로부터의 거리, 지표의 거칠기가 중요한 변수였다. 이는 고양이의 분포가 인간 생활권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출현 기록을 모형화한 자료이므로 실제 개체수나 조류와의 접촉 빈도까지 알 수는 없다.

반면 고양이의 추가 포식이 멸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류는 개체수가 적고 번식지가 좁거나 고립된 종이다. 이런 종의 핵심 서식지는 일반적인 도심 생활권보다 습지·해안·산림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육지에서 고양이와 희귀 조류가 전혀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송도·영종도의 검은머리갈매기처럼 인간이 만든 환경에서 번식하는 종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고양이의 영향에 대한 증거는 발견하기 힘들다.

따라서, 고양이가 한국의 조류 생태계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할 만한 근거는 없다. 앞으로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가 조류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관련 연구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류의 많은 개체수와 고양이의 낮은 사망 확률, 멸종 위기 조류가 고양이와 서식지가 겹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사실, 조류 개체수 감소가 별로 관찰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결합하면 고양이가 새의 특정 종을 멸종시킨다거나, 조류 개체수를 심각하게 감소시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추론일 것이다.

목차